연휴 첫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람에 치이고 온 하루
지난 토요일,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간 김에 고2 큰애와 둘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마음속으로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가는 날이 연휴 첫 주말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냥 “사람이 좀 있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았다.
아, 오늘은 각오를 했어야 하는 날이구나.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나도 그렇고 큰애도 사람 많은 곳에서 금방 기가 빨리는 편이라,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둘 다 이미 살짝 지친 상태가 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나올 수는 없었다. 가장 보고 싶었던 사유의 방부터 찾아가 보기로 했다.
기대했던 사유의 방, 하지만 조용한 감상은 어려웠다
사유의 방은 예전부터 꼭 직접 보고 싶었던 공간이었다.
사진으로 볼 때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공간 자체는 정말 좋았다.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 은은한 조명, 가운데 놓인 반가사유상의 느낌이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입장하자마자 “오늘은 오래 머물기는 어렵겠구나” 싶었다.
원래는 사진도 찍지 않고 눈으로만 보고 나오려고 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큰애에게 “진짜 딱 한 장만 찍자”고 부탁하고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사유의 방이라는 이름처럼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싶었는데, 이날은 작품보다 사람의 흐름을 더 신경 쓰게 됐다.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평일 오전에 다시 와서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
못 찾은 일월오봉도와 달마도
이날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일월오봉도였고, 큰애가 보고 싶어 했던 건 달마도였다.
그런데 박물관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사람도 많았다. 동선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인지 결국 둘 다 찾지 못했다. 둘이서 “우리 뭐 찾으러 온 거였지?” 하면서 웃었다.
대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한참 멈춰 섰다. 김홍도 그림과 불교 탱화 앞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선이 정말 세밀했다.
큰애와 둘이서 “그 시절에 어떻게 이렇게 그렸을까” 하면서 한참 바라봤다. 요즘처럼 도구가 편리한 시대도 아니었을 텐데, 색감과 선의 정교함이 놀라웠다.
원래 보려고 했던 작품은 못 봤지만, 오히려 뜻밖의 감탄을 하고 나온 순간이었다.
신라 금관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달라졌다
신라 금관이 전시되어 있다는 걸 보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교과서나 사진으로는 많이 봤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는 느낌은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섬세했고, 장식 하나하나가 정교했다.
금관 앞에 서 있으니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래전 우리 선조들이 이런 걸 만들었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진이 느낌을 다 담지 못한다.)
큰애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참 들여다봤다. 둘 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굿즈샵은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큰애는 처음부터 극구 반대했지만, 내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만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구경은커녕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시 나왔다.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말 각오하고 가야 한다는 걸 이때 확실히 느꼈다.
밖에서는 사물놀이와 국악 공연도 하고 있었지만, 이미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다음 일정도 있어서 멀리서 분위기만 보고 나왔다.
다음에는 평일에 천천히 다시 가고 싶다
이번 방문은 솔직히 제대로 된 관람이라기보다는 맛보기 같았다.
보고 싶었던 작품도 다 보지 못했고, 사유의 방도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다. 굿즈샵도 포기했고, 공연도 오래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기억에는 오래 남을 것 같다.
큰애와 둘이 서울을 다녀온 하루였고,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었던 것까지 포함해서 그날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남았다.
다음에는 꼭 평일에 시간을 넉넉히 내서 다시 가보고 싶다.
그때는 사유의 방에서 조용히 앉아도 있어보고, 못 찾았던 일월오봉도와 달마도도 꼭 찾아봐야겠다.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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